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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도시재생 서포터즈 특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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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의 근간은 놀면서 일이 될 수 있는 것
DJRC   2024-09-30 15:02:58   4

문화기획의 근간은 놀면서 일이 될 수 있는 것

 

도시재생 서포터즈 유성이즈유팀 김예지

 

구석으로부터 들어가는 골목

 

서은덕 문화기획자를 만나기 위해 구석으로부터로 향했다.

구석으로부터는 이름처럼 정말 막다른 길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정동 인쇄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구석으로부터에서 진행되는 전시회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구석으로부터 입구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옛 교회가 보였다.

이곳은 1966년 세워진 건물로 한 때 정동교회 건물이었다. 폐교 이후 오랫동안 창고로 쓰이던 이 공간은 지난 2016년에 복합문화공간 구석으로부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구석으로부터 간판


옛 교회 터에 자리 잡은 구석으로부터는 정말이지 무엇이 됐든 옛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이다.

 

임한솔 개인전 폭발하고 사랑하고 무뎌지고


이 공간에서는 2024920일부터 29일까지 임한솔 작가의 개인전 폭발하고 사랑하고 무뎌지고가 전시된다.

 

임한솔 개인전 폭발하고 사랑하고 무뎌지고

<반복하며 존재하는 것 : 드로잉 시리즈>, 가변 설치, Watercolor on paper, 2024

 



다음은 서은덕 문화기획자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서은덕 문화기획자님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대전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서은덕입니다. 저는 대전에서 주로 옛 공간, 쓸모를 다 한 공간을 변모시키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대전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대중과 소통하는 작업에 관심이 있습니다.

 


Q. 문화기획자라는 꿈은 어떻게 갖게 되셨는지 궁금한데요.

A. 학창 시절 학교에서 축제 할 때면 노래자랑, 공연 등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이렇게 사람들의 재능을 모아서 구현시키는 게 좋더라고요. 성인이 되어서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을 갖고 시민운동가로 지냈었어요. 그때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구호보다는 이미지화해서 전달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논리성이 중요했던 운동과는 조금 안 맞았던 거 같아요. 마침 선배들이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때?” 제안하셨고, 2008년 예술단체에서 근무하다 2010대흥동립만세축제를 만나면서 문화기획자로 전향하게 됐어요.

 


Q. 15년 넘게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문화기획자로서 갖는 보람과 고충 있을까요?

A. 사람들이 혹시 그때 그 공연 기획하신 분 아니세요?”이런 말을 건네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사실 작품을 해도 관객들에게는 드러나는 아티스트만 보이지, 기획자는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제 인생에 몇 안 되는 행복한 추억에 들어가죠. 한편, 작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 눈에 막상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 등과 같은 에너지가 들어가는데도 말이죠. 물건처럼 등가교환이 잘 안되는 작업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쉽게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할 때 혹은 다른 곳에서 표절될 때 속이 상하죠.

 


Q. 보람만큼 고충도 큰 것 같습니다. 기획자님은 수많은 지역 중 대전에서 활동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어린 시절 서울, 경기도, 여수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대전에 오게 됐어요. 처음 대전 왔을 때 느낀 무미건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두부가 메인인 요리 두부두루치기라든지, 조금 느리게 반응하는 친구들이라든지... 하지만, 이 도시만 줄 수 있는 신선함, 적당한 거리감, 느긋한 속도감이 굉장히 좋았어요. 이후에 문화기획을 시작하고 대흥동립만세에서 대전을 제대로 발견하면서 크게 매력을 느꼈죠. 그때부터 확실히 저 자신을 대전 사람으로 인식하고 이 지역에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이 지역에서의 변화에 집중하고 애정 어리게 바라보니까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니까 또다시 문화기획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Q. 자연스럽게 대전에 스며드신 것 같군요. 지금까지 하신 수많은 기획 중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것 있을까요?

A. ‘대흥동립만세. 이 축제는 대전에 있는 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었고, 예술의 형식, 그 틀이 깨졌거든요.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 현수막을 걸고 라면을 끓여도 축제다. 일종의 프린지(fringe)의 개념이에요. 지금과 다르게 텅텅 비어있던 대흥동 거리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하며 놀았던 게 굉장히 새롭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동네에서 산호여인숙을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켜서 5년간 운영하기도 했어요. 30대 초반, 대흥동에서 보낸 시간이 문화기획자로서 많은 도전, 실험해 볼 수 있었던 때라고 생각이 됩니다.

 


Q. 기획자님께 대흥동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이네요. 앞으로 추구하시는 문화기획의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A. 방향은 거의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로 소통하고 싶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예전과 다르게 문화 예술 자체가 어떻게 노동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조금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이것이 상업이 될까?”라고 고민합니다.

 

Q. 끝으로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A. 나이가 들면 숙련되어 일은 잘할 수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20~30대 때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 창의성을 많이 발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너무 착하기보다 조금 못돼도 돼요. 저한테 이거 왜 이렇게 하셨어요?” 이런 말 완전 대환영입니다. 저보다 젊은 분들의 얘기를 통해 정말 많이 배우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솔직하게 제안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