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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노포를 찾아서
관리자   2024-07-03 20:22:24   165

대전의 노포를 찾아서

늙을 로() 펼 포. 대대(代代)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店鋪)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락 김수선

 

변해가는 시대만큼 사람들의 취향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매년 새로운 인테리어 컨셉과 메뉴로 탈바꿈하고 조금이라도 유행에 따르지 못하면 금방 문을 닫는 것이 자영업이다.

5년은 가게가 사라질지 말지 결정하는 기간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리도 치열한 자영업 시장 사이 10, 20년 그 이상까지도 버텨온 곳,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대를 이어 장사하는 곳인 노포. 대전 오래된 점포를 소개하려한다.

 

유성구 구즉묵마을

대전광역시 유성구 관평동에 구즉묵마을이 있다. 구즉(봉산동)은 유성구의 가장 북쪽에 있는 동네로 관평동보다 위쪽에 위치한다. 왜 구즉묵마을이 관평동에 있는걸까? 지금의 구즉묵마을은 강태분 할머니로부터 시작됐다. 1960년대 강태분 할머니가 묵을 쒀서 팔았다. 1990년대 초반 엑스포가 들어서면서 묵이 유명세를 떨쳐 강태분 할머니 가게 주변으로 묵집 30여개가 생겨 묵마을이 형성됐다. 그러나 2007년 구즉(봉산동)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서면서 가게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남아 있던 몇 개의 가게가 지금의 관평동으로 이주하여 현재의 관평동 구즉 묵마을로 남아있는 것이다. 강태분 할머님의 가게는 개발구역에서 조금 떨어진 구즉(봉산동)에 여전히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할머니묵집 또는 강태분할머니묵집이라고 불린다. 나는 묵마을이 아닌 가장 오래된 묵집이자 노포인 할머니묵집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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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된 노포는 도로 한편에 서있는 소박한 옛날 건물 모습을 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현재는 별세하신 강태분 할머니 사진이 우리를 반겨준다. 묵사발과 묵무침을 시키면 한동안 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푸짐한 양이 나온다. 묵은 쓴맛이 강하지 않고 찰기가 느껴진다. 누구는 양념이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양념이 세지 않아서 묵의 쌉쌀하고 고소한 맛이 도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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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러운 은수저와 두꺼운 나무액자들 그리고 뭔지 모를 약초가 담긴 술독이 정겨운 옛 할머니 집을 연상케한다. 노랫소리 없이 손님의 말소리만이 배경음악인 가게이다. 주말 낮 할머니집에 놀러가서 먹는 소박한 가정식이 생각나는 노포였다.

할머니묵집 바로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관평동 묵마을로 갈 수 있다. 예전에는 묵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도토리묵 체험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묵 체험관은 안내판만 남은채 사라졌다.

현재는 야외에서 먹을 수 있도록 꾸며진 묵집들과 더불어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묵집에서 점심을 먹고 마을을 산책하며 커피 한잔을 즐겨본다.

 

중구 백년가게

백년가게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평가한 30년 이상된 우수성을 인정받은 가게를 말한다.

대전의 첫 역사(歷史)의 출발점인 중구에서 백년가게를 찾아본다. 그러다 두부두루치기를 파는 백년가게 진로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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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중간에 걸린 간판이 인상적인 곳. 소주 회사의 마스코트 두꺼비가 손님을 반겨준다. 월요일 정오가 지난 시간에 도착해 운좋게 기다림 없이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진로집은 60년대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83년에 개업을 하여 지금 이 자리에 있다. 40여년 동안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대표 메뉴인 오징어 두부두루치기와 수육을 시켰다. 이곳도 정겨운 은수저가 손님을 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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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산이 나왔다. 묵에 이어 두부다. 오래된 집은 양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두부는 매콤 달달한 양념에 잘 베어 밥과 어우러진다. 수육은 질기지 않고 잡내가 없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벽면은 구경하는 맛이 있다. 벽에는맛있는 집이라 써있는 빈티지한 진로집 포스터가 걸려있다. 연예인이 광고한 주류 포스터들에 눈이 즐겁다.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진들도 간간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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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과 달리 주방은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현대식이다. 그리 크지 않은 가게임에도 주방 직원이 많다. 그만큼 가게 인기가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손님들 떠드는 소리와 직원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게 분위기가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커다란 밥솥 뜨거운 김을 빼는 소리마저 정겹다.

 

대전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이다. 소금빵, 크룽지, 앙버터빵 등 새로운 빵 종류가 늘어나고 사람들은 유행을 좇고 있다. 그 사이에서 여전히 옛 느낌의 빵으로만 37년 자리를 지켜온 백년가게가 있다. 중구 대사동 보문산 입구에 있는 극동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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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식빵 모양의 네온사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년가게 인증현판도 보인다. 점심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빵 나오는 시간이 적힌 팻말이 보인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오전 8시엔 소보로, 피자빵, 소금빵이 나오고 9시엔 단밭빵, 모닝빵이 나온다.

10시엔 크림빵, 꽈배기, 고로케가 11시엔 식빵류와 바게트, 크렌베리쌀빵이 나온단다. 인기가 있는 빵을 먹고싶다면 시간대를 확인하고 가야겠다. 그럼에도 폭신해보이는 머핀과 초코칩이 가득박힌 쿠키를 골라본다.

1987년 가게 개업 쯤으로 보이는 오래된 사진에 벽면에 걸려있다. 이제는 잘 볼 수 없는 버터 케이크도 판매하고 있다. 티비에서나 보던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단단한 케이크다. 태어나지도 않았던 8,90년대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하고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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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제과를 나서 집에 가려하는데 고소한 냄새가 도로에 가득 퍼졌다. 보문오거리 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보문기름집에서 나는 냄새였다. 아마도 들기름을 짜고 있는지 사장님과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간판을 한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침 날이 매우 더웠고 그나마 만만한 미숫가루가 보여 여름을 핑계로 구매했다.

 

그러면서 사장님께 가게가 얼마나 되었냐 여쭤보았다. 사장님은 바로“55!”이라고 말하셨다. 앞서갔던 진로집과 극동제과보다도 오래된 가게였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 물었고 사장님은 간판사진을 허락하셨다. 그러면서 간판이 오래돼서 부끄럽다며 웃으셨다. 백년가게로 인증받지 않았고 설명도 없으니 모르면 지나칠 수 밖에 없는 노포 가게였다. 들기름을 짜시느라 바빠 보이셨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다음을 기약한다. 직접 찾은 첫 번째 노포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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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노포에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재개발과 빠르게 변하는 세월과 재개발로 노포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던 중 SNS를 통해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오래된 가게 매력이 다시 빛을 보고 있는 추세이다.

 

컨테이너 공장식 음식과 가게가 늘어나는 사회 속에서 노포가 여지껏 유지될 수 있던 건 맛과 양도 아닌 이야기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잊어버린 사람들과의 정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가게에 얽힌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가게로 향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이것이 노포를 찾는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처럼 사람들의 마음은 또 다시 변한다. 어쩌면 노포를 잊고 새로운 음식들과 가게에 마음이 갈지도 모른다. 노포는 그렇게 잊혀진다. 노포를 이어가는 방법은 찾아가는 것 그뿐이다. 위에 소개한 가게 말고도 대전에는 찾지 못한 오래된 점포가 많다. 길을 걷고 있다면 주위를 봐라.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여러 곳을 검색하고 찾아 나섰지만 좋았던 가게는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싶다면 이야기와 정이 깃든 대전의 노포를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출처 '노포': 네이버 국어사전 (naver.com) 

-출처 지역N문화 https://local.nculture.org/nfjew

-출처 백년가게/소공인 홈페이지 (sbiz.or.kr)